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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줄거리, 이름, 느낀점

by drem1 2025. 6. 7.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관련 사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한 소녀가 환상적인 세계에서 겪는 모험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이름과 정체성, 탐욕과 관계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본문에서는 줄거리, 상징 분석, 감상으로 나눠 이 작품의 의미를 해석해본다.

줄거리

10살 소녀 치히로는 부모와 함께 이사를 가던 중, 우연히 폐허처럼 보이는 터널을 지나 신비한 세계에 발을 들인다. 부모는 낯선 가게에서 음식을 먹다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홀로 이 세계에 남겨진다. 이곳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모이는 목욕탕이 중심이며, 마녀 유바바가 절대 권력을 쥐고 있다. 치히로는 유바바와 계약을 맺고 이름을 ‘센’으로 바꾸며 목욕탕에서 일하게 된다. 처음엔 겁이 많고 의존적이었던 치히로는 점차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세계에 적응해가며 진짜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되찾아간다. 그녀를 돕는 하쿠 역시 이름을 잃고 유바바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존재로, 치히로와의 인연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다. 가오나시라는 미스터리한 존재는 치히로에게만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지만, 타인의 탐욕을 받아들이면서 위험한 모습으로 변한다. 치히로는 두려움 속에서도 타인을 도우며 점점 더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고, 마침내 유바바의 마지막 시험을 통과해 부모를 구하고 현실 세계로 돌아간다. 모든 여정을 마친 뒤 치히로는 이전과는 다른 눈빛을 가진 아이가 되어 있었다.

이름

작품 속 ‘이름’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곧 존재를 증명하는 핵심이다. 유바바는 사람의 이름을 빼앗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이로 인해 인물들은 점점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을 잊는다. 치히로가 ‘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겪는 혼란은 아이가 외부 세계에 적응하면서 자기를 잃어가는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가 관계 속에서 점차 자신의 본래 이름을 되찾고, 그것을 기억하는 힘으로 자신과 타인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하쿠 역시 자신의 본명을 잊은 채 유바바의 명령을 따르고 있었지만, 치히로가 그의 이름을 떠올려줌으로써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이는 우리가 삶에서 진짜 나를 기억하고,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불러줄 때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름이란, 이 세계에서는 곧 자기 자신을 지키는 마지막 끈이다. 동시에 그것은 타인의 손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연약한 정체성의 형태이기도 하다.

느낀점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환상적인 모험으로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다가온다. 치히로가 점차 이름을 잊어가며 무기력해질 때, 나는 그것이 단지 판타지적 설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성장하면서 겪는 자기 상실의 은유라는 점에서 공감했다. 특히 가오나시라는 존재는 사회 속에서 쉽게 주변화되고, 타인의 욕망을 끌어안으며 괴물이 되어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보였다. 말 없이 따라오는 그 모습에서 외로움과 애정을 향한 갈망이 느껴졌고, 동시에 무서웠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마지막 장면이다. 부모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하지만, 치히로의 눈빛은 모든 걸 겪은 사람처럼 깊어져 있었다. 그 변화는 말로 설명되지 않지만 화면 전체에 진하게 스며든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장 드라마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조건과 사회 속의 자아에 대해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아야 진짜 의미가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