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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 - 줄거리, 그림자, 느낀점

by drem1 2025. 6. 11.

조던 필 감독의 『어스(Us)』는 공포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질문이 숨겨져 있습니다. ‘겉과 속’, ‘우리와 그들’, ‘표면과 그림자’라는 대비를 통해, 영화는 현대 사회의 불균형과 억압받은 자아를 상징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요약, 상징 해석 중심의 본론, 그리고 감상 후 느낀 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줄거리

영화는 1986년, 어린 애들레이드가 산타크루즈 해변 근처의 놀이공원에서 길을 잃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녀는 ‘거울의 집’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만나고, 이후 충격에 빠진 채 돌아옵니다. 이 경험은 그녀의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영화의 중심 갈등으로 연결됩니다. 수년 후, 어른이 된 애들레이드는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산타크루즈 근처의 별장으로 휴가를 떠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의문의 가족이 나타납니다. 그들은 애들레이드 가족과 외형이 똑같은 존재들로, 자신들을 ‘테더드(The Tethered)’라고 부릅니다. 이 복제자들은 지하에서 살아왔으며, 자신들의 억눌린 삶에 대한 복수와 자리를 되찾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영화는 단순한 침입자 이야기처럼 전개되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누가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반전은 충격적입니다. 사실 현재의 애들레이드는 어릴 적 지하 세계에서 온 ‘복제자’였으며, 진짜 애들레이드를 지하에 가둔 채 그녀의 삶을 살아왔던 것이 밝혀집니다. 이 반전은 영화의 모든 상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며, 관객에게 인간성과 도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림자

‘어스’라는 제목은 ‘우리(Us)’라는 의미와 동시에 ‘미국(US)’을 암시합니다. 조던 필 감독은 이중적인 의미를 통해 미국 사회의 양면성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영화 속 테더드들은 지하에 존재하는 이들, 즉 ‘그림자’로서 살아왔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외면한 존재, 혹은 우리가 억누른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복제자’들이 말이 아닌 괴성만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목소리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 사회적으로 억압당한 계층의 은유로 해석됩니다. 또한, 그들이 지상으로 나와 인간들을 하나씩 죽이며 손을 맞잡고 인간 사슬을 만드는 장면은, 1986년에 실제 방송된 자선 캠페인 ‘Hands Across America’를 패러디한 것으로, 당시의 공허한 위선과 현재의 무관심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또한 영화 내내 거울, 이중성, 상하 구조, 좌우 반전 등의 시각적 장치는 자아의 분열과 사회적 양극화를 끊임없이 암시합니다. 감독은 공포라는 장르적 틀을 빌려 ‘우리 안의 또 다른 나’, 즉 억눌린 욕망과 구조적 폭력성을 끌어내며, 단순한 호러 그 이상으로 영화를 밀어붙입니다. 영화의 모든 요소는 결국 ‘우리의 그림자’를 직면하라는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느낀점

‘어스’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오래 남았던 감정은 ‘불쾌함’이 아닌 ‘질문’이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와 같은 얼굴을 한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나는 여전히 나일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삶이 누군가의 억압 위에 세워졌다면, 나는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가? 영화는 이처럼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사유를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흘러들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악과 선, 피해자와 가해자,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지 않는 감독의 시선입니다. 애들레이드가 실제로는 테더드였다는 사실은, 우리가 '진짜'라고 믿는 것조차 불완전할 수 있음을 드러냅니다. 이는 자아에 대한 혼란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의 근본적인 부조리를 직면하게 만듭니다. ‘어스’는 단순히 무서운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정체성과 불평등, 기억과 진실에 대한 철저한 해부이며, 사회적 ‘그림자’에 대한 직시를 요구하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공포 영화로 시작해 철학적 질문으로 끝나는 이 독특한 경험은, 관객에게 오래도록 사유할 거리를 남깁니다. 이 영화를 통해 조던 필은 명백히 현대 사회를 통찰하는 작가형 감독임을 증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