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패터슨 - 줄거리, 일상, 느낀점

by drem1 2025. 6. 8.

영화 패터슨 관련 사진

'패터슨(Paterson)'은 미국 인디영화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특별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시와 인간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영화다.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 주인공 패터슨은 뉴저지주 패터슨 시에서 버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시를 쓰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얼마나 많은 감정, 사고, 영감이 담길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큰 전개나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그 점에서 진정성을 획득하며, 관객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본 리뷰에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핵심 장면, 그리고 개인적인 해석을 통해 이 작품의 매력을 풀어본다.

줄거리

'패터슨'은 뉴저지주 패터슨 시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다. 주인공의 이름도 ‘패터슨’으로, 그는 군복무를 마친 후 이 도시에 정착해 버스 운전사로 일한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기상하고, 같은 노선을 따라 버스를 몰고, 점심에는 도시락을 먹고, 저녁에는 아내 로라와 시간을 보내며, 밤이면 강아지 마빈과 함께 산책을 나가는 규칙적인 삶을 산다. 얼핏 보면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는 듯하지만, 그의 하루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는 모든 순간을 시로 기록한다. 사람들의 대화, 길가의 표지판, 연인의 눈빛, 찻잔의 빛조차 그의 시의 재료가 된다. 그는 자신의 시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생각이 없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다. 그의 아내 로라는 예술적 성향이 강하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며, 그를 전적으로 응원한다. 어느 날, 그가 늘 간직하던 노트를 개 마빈이 찢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안에는 수년간 써온 모든 시가 담겨 있었다. 충격에 빠진 패터슨은 공원에 앉아 허탈한 심정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일본에서 온 낯선 시인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시인은 패터슨의 이름이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떠올리게 한다며, 그에게 빈 노트 한 권을 선물한다. 이 마지막 장면은 패터슨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상징적 희망을 전하며, 영화는 잔잔하게 마무리된다.

일상

'패터슨'은 명확한 기승전결이 없는 영화다. 그러나 그 안에서 묘사되는 반복되는 하루하루는 관객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사건 중심의 서사를 거부하며, 오히려 사건이 없는 하루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패터슨의 삶은 단순하고 조용하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그가 들은 말, 본 풍경, 느낀 감정들이 그의 시 속에 조용히 녹아든다. 그리고 그 시는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존재한다. 이 점이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창작은 종종 성과나 공유를 위한 수단이 되지만, 패터슨은 그런 틀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그는 SNS도 하지 않고, 시를 출판할 생각도 없다. 그저 매일같이 손으로 써 내려가는 행위 자체가 그의 존재를 증명한다. 이는 '무엇을 남기는가'보다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 마빈이 그의 노트를 찢어버리는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그것조차도 삶의 일부다. 일본 시인이 건넨 새 노트는 그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패터슨은 절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며 다시 삶과 시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 조용한 결심은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한다. '패터슨'은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진실하다.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평범한 하루 속에도 시가 있고, 그 시는 언제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고.

느낀점

'패터슨'은 한 편의 시와도 같은 영화다. 처음엔 너무 느리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여운은 점점 깊어진다.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난 후에도 패터슨이 지나가던 거리, 아내 로라의 흑백 인테리어, 마빈과의 산책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영화는 시처럼 조용히 다가와, 강한 메시지 없이도 우리 삶에 말을 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마지막에 일본인 시인이 새 노트를 건네는 장면이다. 패터슨은 그 순간 어떤 대단한 각성을 하지도 않고, 큰 결심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저 그 노트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의 시작을 감지한다. 이 영화는 삶이란 결국 '다시 시작하는 반복'이며, 그 안에 시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말해준다. 필자에게 이 영화는 '기록한다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순간, 흔히 잊히는 풍경들 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과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걸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임을 이 영화는 알려준다. '패터슨'은 바로 그 조용한 삶의 태도를 가장 시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