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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 - 줄거리, 서사, 느낀점

by drem1 2025. 6. 7.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실시간 전개 형식의 롱테이크 촬영 기법을 활용한 독창적인 전쟁 영화다. 단일 장면처럼 구성된 화면 속에서 두 병사의 여정을 따라가며 관객은 전장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몰입을 경험한다. 단순한 전쟁 묘사에 그치지 않고, 감정의 흐름과 인간성, 책임과 희생에 대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영화는 기술적 혁신과 서사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수작이다.

줄거리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이 독일군의 함정에 빠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윌리엄 스코필드와 톰 블레이크 두 병사는, 전방에 배치된 부대가 곧 공격을 개시할 예정이지만 적의 매복 정보가 도달하지 않아 전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는다. 그 부대에는 블레이크의 친형도 포함되어 있다. 두 사람은 단 하루 안에 명령을 전달하는 임무를 맡고, 목숨을 건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는 컷 편집 없이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되어, 관객이 두 인물과 함께 실시간으로 전장을 통과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그들은 참호와 폐허가 된 마을, 적군이 남긴 함정과 사체로 가득한 들판을 지나며 점차 깊은 전쟁의 비극 속으로 들어간다. 여정 중 블레이크는 적군의 칼에 찔려 사망하고, 스코필드는 그의 유언을 가슴에 안고 혼자서 임무를 이어간다.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고, 무너진 숲을 지나 그는 마침내 전방 부대에 도착해 명령을 전달한다. 그 결과, 수천 명의 목숨이 구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코필드는 고요한 평원 위에 앉아 가족의 사진을 꺼내 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영화는 이 짧고 조용한 장면으로, 전쟁의 참상 속에서 개인의 인간성과 삶의 무게를 깊게 담아낸다.

실시간 몰입감을 극대화한 서사와 시각의 통합

‘1917’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적 실험이 서사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컷과 편집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만, ‘1917’은 단일 테이크 형식을 통해 관객이 주인공과 동일한 시간, 동일한 리듬 속에서 여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연출의 차원을 넘어, 관객의 심리와 감정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상태에 동기화되도록 유도한다. 스코필드의 숨소리, 망설임, 절망, 그리고 전진하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곧 관객의 감정선이 된다. 영화는 대규모 전투나 전쟁의 배경을 묘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장을 횡단하는 단 두 사람의 시선과 경험을 통해 전쟁의 실체와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의 고통, 선택, 책임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구성은 감정의 과잉이나 설명 없이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카메라는 전장이 아닌, 인간의 얼굴과 손끝, 눈빛과 침묵을 비춘다. 롱테이크는 이러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단절 없는 시간감 속에서 극도의 몰입감을 창출한다. ‘1917’은 기술적인 도전을 통해 감정의 흐름을 서사로 바꾸는 드문 사례이며, 전쟁이 남기는 상처와 인간의 용기를 동시에 포착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느낀점

‘1917’을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경외'였다. 영화는 전쟁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시각적 충격이나 폭력적 이미지로만 표현하지 않고, 인물의 움직임과 감정을 따라가며 차분하고 밀도 있게 전개한다. 특히 롱테이크 기법이 제공하는 긴장감은 단순한 기술적 묘기가 아닌,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한 사람의 의지와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체험하게 해준다. 블레이크의 죽음 장면은 비극이었지만 그보다 더 강렬했던 것은, 스코필드가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며 지켜낸 생명이었다. 그는 영웅처럼 묘사되지 않지만, 그 조용한 헌신과 단호함은 어느 전쟁 영화보다도 현실적이고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가족의 사진을 꺼내 보며 평원 위에 앉는다. 그 순간은 단순한 여운이 아니라, 삶의 이유를 다시 되새기게 하는 깊은 메시지를 남긴다. ‘1917’은 단순히 ‘잘 만든’ 전쟁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과 감정, 책임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정제된 영화적 언어였으며, 영화가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체험 중 하나였다.